잠재 고객 전화 인터뷰 프로젝트 회고

📌 들어가기 전에…

💡 본 글은 필자가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있었던 과정, 결과 등을 회고한 글입니다.

💡 어디까지나 정답이 아니고 시행착오의 일부이니 ‘이 사람은 이렇게 했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 인터뷰 준비부터 진행까지

인터뷰 대상자 선정을 위한 설문 진행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회사 내의 개발과 기획의 경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포지션인 본 필자는, 우연히 잠재 고객과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자칭(타칭) 펫테크 업계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우리의 고객은 당연히 반려인 - 넓게는 반려동물이다. 아쉽게도(?)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누며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반려인 분들과 전화를 통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을 해보고자 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당연스럽게도 항상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한다고 한다(실제로도 동의한다). 기껏해야 필자는 매일 아침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견주들과 귀여운 반려견을 보며 ‘이 분은 어떤 분들일까?’하며 상상의 나래만 펼치던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기에(그렇다고 고객과 사용자를 만나지 않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화 인터뷰가 더욱 의미가 있었다.

2021년 4분기 동안 목표로 세운 서비스를 출시하기에 앞서, 우선은 견주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삶을 알아내고자 했다. 이 곳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우리는 반려인과 반려견들의 특정 상황(앞으로 ‘A’라고 부르겠다)에 주목하여 우선은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광고와 우리 서비스 내의 공지를 통해 설문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인터뷰 대상자 선정

‘A’와 관련하여 견주들의 외출 패턴, 평소 ‘A’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 등을 확인해보고자 했고, 약 70명의 견주분들이 답변해주셨다.

설문 조사에서는 보호자님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성별, 외출 패턴 등)와 반려견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나이, 견종 등)를 수집했고, ‘A’와 관한 주변 정보들과 개인적인 생각들을 주관식으로 답변받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전체 설문 참여자분들의 특성 분포가 우리가 가정했던 비율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연에 의한 것일 수 있고, 신뢰도를 가지고 생각하기엔 모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주관식으로 답변해주신 것들을 보며 대략적인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 중 답변이 독특하거나 ‘A’와 관련하여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신 답변자 분들을 10명 선정하여 전화 인터뷰 의사를 확인한 뒤 일정을 잡았다.

       

전화 인터뷰 준비

전화 인터뷰를 준비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유혹은, 우리가 기획하고 개발할 서비스를 만들만한 정당한 이유가 될만한 인터뷰 답변을 받는 것이었다(e.g. “우리는 이걸 만들테니, 당신은 이게 필요했다고 답변하세요”). 막상 인터뷰를 바로 진행했다면 이런 저런 고민들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주말을 끼고 인터뷰 준비를 하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게 되었다.

  •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얻어내야하는 것이 뭘까?
  • 이 모든 과정이 끝난 뒤의 산출물이 우리의 서비스 개발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 이걸 왜 하지?(띠용)

모르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목소리로만 대화를 한다는 사실에 긴장이 되기도 하고, 시간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한다는 부담감이 턱 밑까지 차오르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인삿말부터 전화 끝날 때까지 해야할 말들과 질문들을 다 적어보려 했지만, 준비한대로 인터뷰가 진행되리란 보장도 없고, 오히려 표면적인 정보들만 곱씹는 느낌일 것 같아 바로 포기했다. 그러던 중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팀원 분이 좋은 글을 공유해주셨다.

그렇다. 인터뷰는 우리의 서비스와 맞닿은 접점에서의 인터뷰 참여자의 삶의 모습들을 파악하고, 그 과정을 살펴보는 과정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했다.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인터뷰 참여자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소비를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를 알기 위해 주변부터 찬찬히 접근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부담감을 던 상태로 핵심 질문 정도만 추려놓고 전화 인터뷰에 임하기로 다짐했다.

전화 인터뷰 진행

되돌아보니 대개 전화 인터뷰를 시작하면 초반 10분 정도는 인터뷰 대상자분들의 장벽을 허무는 단계였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 통화로 질문에 편하게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설문을 통해 전달받은 반려견의 정보.

  • “OO이는 어떻게 이름을 짓게 되셨어요?”
  • “저도 말티즈 너무 좋아하는데ㅠㅠ OO이는 어떤 성격이에요?”

이런 질문들로 인터뷰 참여자와 나의 사이에 반려견에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전화 초반보다 벽이 많이 허문 느낌이 들면서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이렇게 초반 10분 정도를 이야기한 뒤, 미리 추려놓은 핵심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화 통화를 곁에서 듣고있던 다른 팀원들이 급하게 질문 거리(?)를 생각해내서 그나마 정규 인터뷰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음… 인터뷰를 시작한 순간까지도 마음 속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확인해야할 것 같고, 답을 찾아야겠다는 부담감. 이럴거면 왜 한다고 했지? 회의감도 들고 첫 날은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인터뷰를 진행했는데도 내가 방금 통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머릿 속에서 그려지지 않는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서비스 상에서 CS를 하다보면 사람대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할 때가 있다(물론 모두 우리의 잘못이다). 이런 감정들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순간 해탈하는 단계가 있는데, 오히려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있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첫 인터뷰를 진행하고나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려가는 것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검은 공간 속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그 아래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한 사람과 반려견이 나란히 서있다(상상만으로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나는 전화 통화를 통해 흐릿한 형체를 뚜렷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표정과 반려견을 쳐다보는 눈빛까지도 상상할 수있을 정도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우리 아이를 처음으로 집에 데려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일주일/한 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생각이 왜 그렇게 들었는지, 하나의 사건에서도 3번 정도 그 이유를 파고들다보면 설문에 답변한 답변들이 설문 전과는 다르게 해석되기도 했다.

일부 우호적인 참여자분들과는 1시간에 걸쳐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고, 우리 서비스를 이미 사용하고 있던 분들로부터는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까지 했다.


📌 인터뷰 회고 및 진행 팁

여기서부터는 전화 인터뷰에 참여한 팀원들과 함께 회고의 시간을 가졌다. 칠판 위에 인터뷰에 참여하신 분들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며, 공통적인 점은 무엇이 있었고 다른 팀원들에게 공유할만한 인사이트는 무엇이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가끔은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다. 구현을 하는 순간마다 미묘한 선택의 순간과 결정이 필요한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인터뷰를 진행한 분들의 목소리와 모습들을 떠올려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고, 다른 모습의 견주분들은 없을까 궁금증도 더 커졌다. 꾸준히 사용자와 잠재 고객들을 만나고 귀기울여야할 것같다(너무 진부한 말이긴 한데, 더 맞는 말이 되었다).

만약 다음에도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한다면 아래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 인터뷰 참여자 분들의 인터뷰 가능 시간은 구글 폼을 통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니 커뮤니케이션 리소스가 많이 절약됐다.
  • 설문 참여 사은품은 미리 체크해서 실제로 전송할 수 있는 상품이 맞는지, 기프티콘으로 존재하는지 미리 체크하자.
  • 전화 인터뷰 일정을 구글 캘린더에 추가해서 다른 팀원들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참관하는 방식이 좋았다. (다른 팀원이 진땀빼며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고) 내가 인터뷰를 직접 한 것과 같이 느껴지고, 모든 인터뷰가 종료되어 회고의 시간을 가질 때 해당 인터뷰 참여자의 사연을 모두 동일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자의적인 해석을 방지할 수 있었다.
  • 전체 인터뷰 일정을 적어도 1주일 내에는 모두 끝내는 것이 기억과 현장감 유지에 좋을 것 같았다. 우리의 경우 인터뷰 참여자 일부가 2주차로 넘어가서 전체 인터뷰 회고의 텐션이 루즈해졌다.
  • 인터뷰 참여자 모집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으로만 모집을 했었던 것에는 많은 비약이 존재한다. 우리의 경우 인스타그램 운영자(반려견 전용) 대부분이 우리의 주 사용자 층과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 마치며

개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는 또다른 자극과 능력을 시험받은 경험이었다.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고객을 직접 만나고 상상할 수 있다면 동기 부여도 될 뿐만 아니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살면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불편함과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펫테크 시장에서 한 획을 긋는 서비스를 만들고싶고,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